정자가 여성 암 환자에게 약물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독일 통합나노과학연구소는 정자 세포가 여성 암 환자의 종양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황소의 정자를 이용해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출판 전 논문 수집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올라온 논문을 통해 관련 기술의 작용 원리와 첫 실험 결과 등을 설명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연구소는 암 등 질병 치료를 위해 인체 내부 표적에 화학물질 전달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인체 반응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연구의 진척 속도는 느린 편이다.
독일 통합나노과학연구소는 최근 인체 내 여성 생식기관의 병소와 종양 부위 등 특정 표적에 약물을 전달하는 자연적인 수단의 하나로 정자세포를 이용할 수 있는지 연구를 벌이고 있다.
정자 세포는 수정할 난자를 찾아 질 주위를 헤엄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나팔관까지 헤엄쳐 올라가 거기 남아 있는 난자를 수정시키기도 한다. 정자의 이런 엉뚱한 행동에 연구팀은 주목하고 있다.
연구팀은 정자세포가 매우 작은 헬멧 안으로 헤엄쳐 가도록 유도했다. 헬멧은 나노미터(1나노=10억 분의 1) 크기의 철로 덮어 정자의 머리에 달라붙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외부 자석을 이용해 정자를 움직였다.
헬멧은 정자가 종양세포 등 다른 물질과 처음으로 부닥쳤을 때 떨어져 나갈 수 있도록 신속 방출 메커니즘을 갖춰 설계됐다. 이에 따라 정자는 수정할 때와 마찬가지로 종양세포에 침투해 약물을 전달한다.
연구팀은 정자 세포가 약물 성분이 들어 있는 용액에서 빨아들이는 방법만으로도 항암제를 흡수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정자 세포를 원하는 위치로 움직이는 데 성공했으며, 헬멧을 통해 정자의 헤엄 속도를 평소보다 43% 이상 낮췄다.
연구팀은 “우발적 임신의 예방, 인체에 남는 수천 개의 헬멧 폐기물, 정자 세포의 유도, 정자 획득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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