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상 첫 무료 콘돔 상점이 문을 열었다. 글로벌 자선단체인 에이즈보건재단(AHF)은 최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후천성면역결핍바이러스(AIDS)의 신규 감염 사례를 줄이기 위해 인도에 첫 무료 콘돔 상점을 열었다.
AHF 측은 “조직이나 개인이 전화나 이메일로 주문하면 콘돔을 배달해 주기 때문에, 사회적 금기나 품질 불량 등의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도는 HIV 감염자와 AIDS 환자 수가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나라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인도의 HIV 감염률은 떨어지고 있으나, 감염자 수는 210만 명이나 된다.
인도에서는 콘돔을 싸게 살 수 있지만, 성 노동자들과 취약계층은 뿌리 깊은 사회적 금기 때문에 가게에서 구입하길 꺼린다. 인도 정부도 건강센터를 통해 콘돔을 무료 배포하고 있다. 그러나 재고품이 부족하거나 품질이 나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AHF 국제지원·정책 담당 테리 포드는 “콘돔 부문의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으나, 간절한 요청에 따라 인도의 자체 창고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녀는 “콘돔은 HIV 감염 예방에 가장 저렴하고 좋은 방법인데도, 콘돔 예산이 줄어 무척 난감했다”고 털어놓았다.
인도의 에이즈 예방 프로그램은 대체로 성공적이다. 그러나, 인도 정부가 2014년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콘돔과 에이즈 관련 의약품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도 정부는 차후 예산을 다소 충당했지만, 취약계층은 감염 위험에 빠지고 보수적인 사회에서 낙인이 찍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인도 의회는 지난달 HIV·AIDS 예방·통제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법안으로 상정된 지 무려 15년 만이다. 이에 따라 HIV 감염자와 AIDS 환자의 권리가 보호되고 차별이 금지된다.
포드 AHF 담당은 “한 법안이 15년 동안이나 의회에 계류돼 있었던 데 대해 큰 좌절감을 느꼈다”며 “늑장 관료주의 때문에 많은 사람이 검사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목숨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인도는 세계 경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싶겠지만, 국민의 기본적인 건강권조차 보장할 수 없다면 그건 턱없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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