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호르몬’ 또는 ‘사랑의 마약’으로 통하는 옥시토신이 끝나가는 연인 관계에 집착하는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로맨스에 관한 생물학적 토론에서는 옥시토신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옥시토신은 따뜻하고 아늑한 안정감과 신뢰의 바탕이 되는 사회적 호르몬이다. 포옹하고, 만지고, 오르가슴을 느낄 때 방출된다. 연인 사이에 긍정적인 감정을 쉽게 느끼게 해주는 사랑의 묘약이다.
그런데 미국 미네소타대와 노르웨이과학기술대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인 또는 부부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할 때처럼 썩 낭만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옥시토신이 방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미네소타대 스티븐 간제스타트 교수(심리학)는 “옥시토신은 중요하고 위협적인 상황에서 연인 관계에 대한 관심과 동기부여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도, 이 같은 ‘위기 모드’의 옥시토신 방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관계가 끝날 것 같은 위기 상황에서 두뇌는 친구들이 권하지 않은 행동, 즉 파트너에게 더 많은 사랑을 보이는 행동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수행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끔찍한 순간에 옥시토신이 ‘사랑의 마약’에서 ‘위기 호르몬’으로 확 바뀌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옥시토신의 역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커플 75쌍과 노르웨이인 14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파트너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요청하고, 어떤 연인 관계를 원하는지 질문했다. 또 참가자들이 애정생활에 대한 질문을 받기 전후의 옥시토신 수치를 측정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은 관계에 대해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할 때 옥시토신 수치가 높아졌다. 또 파트너보다 자신이 관계에 관해 관심을 더 쏟았다고 느낄 때도 옥시토신이 방출돼 그 수치가 높아졌다.
연구팀은 “옥시토신의 갑작스러운 방출은 일종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이론을 정립했다.
침몰 중인 타이타닉호처럼 관계가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엄마와 자녀 등 다양한 관계에서 유익하기 때문에 옥시토신이 갑작스럽게 방출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녀가 자신에게서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다고 느낄 때 옥시토신이 갑작스레 방출되며, 이는 엄마가 오히려 더 큰 사랑을 보여주게 함으로써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또 두뇌는 연인 관계에 관한 한,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 관계가 끝나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느낄 경우에는, 두뇌가 눈에 띌 만큼 충분한 양의 옥시토신을 방출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사랑에 관한 한, 두뇌의 작동 원리는 합리적이지 않으며, 상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옥시토신을 평소보다 더 많이 방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호르몬과 행동’저널에 발표됐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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