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가 점점 더 사회적으로 용인됨에 따라 중년 이상의 유명 연예인들이 동성애 관계에 있다고 커밍아웃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이 만년에 동성애자(레즈비언)라고 밝히는 것은 한때의 지나가는 유행이 결코 아니다.
미국 유타대 리사 다이아몬드 교수(심리학)에 따르면 여성들은 생리적·발달적 변화 때문에 자연스럽게 평생에 걸쳐 남성들보다 더 ‘성적으로 유동적’ (sexually-fluid)이다. 특히 폐경기 여성들은 호르몬 및 삶의 변화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 때문에 여러 가지 욕구를 탐험하는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
또 동성에게만 끌리지 않고 양성에 모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종전보다 훨씬 더 많다. 따라서 중년 이후의 관계가 과거의 이성 관계를 무시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사회적·생리적 요인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해 중년 여성의 성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또 “중년 여성의 성 정체성 변화는 호르몬 변화·신체적 경험·성욕 등의 복잡한 역학관계”라는 가설을 세웠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여배우 신시아 닉슨과 영화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여배우 홀랜드 테일러 등 유명 연예인들이 최근 몇 년 새 동성애 및 결혼으로 언론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결혼생활이 끝나고 아이들이 집을 떠나면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성적인 유동성을 발견할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성적인 유동성에 따라 행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2011~2015년 여성들의 약 17%가 남녀 모두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의 경우 5.6%가 남녀 모두에게 성욕을 느꼈다고 밝혔다.
다이아몬드교수는 “이런 현상에는 정상적인 발달 요인 외에도 한 개인의 성 정체성 과정을 형성하는 생리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많은 여성들은 폐경 후 호르몬 대체요법으로 성욕이 44% 높아졌다고 밝혔으나, 그게 성적 유동성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확증은 없다.
그녀는 “동성애는 현재의 폐경 여성들이 20대였던 25년 전보다 훨씬 더 공개적·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과거에 그걸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중년 여성들이 동성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만년에 여성들이 이런 변화를 겪게 될 경우 혹시 가짜 삶을 살았다고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자신이 누구인지, 당장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압박감을 가질 필요 없다”고 충고했다.
이 내용은 북미폐경학회(NAMS)에서 발표됐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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