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를 넣어 여성의 질을 세척하는 등 해괴한 민간요법이 최근 일부에서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시적인 유행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임질 등의 감염 위험을 높일 우려가 크다고 의료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명 ‘질 마사지'(vagina facial)라는 괴상한 유행은 껍질을 벗긴 과일을 질 속에 넣고, 20분 이상에 걸쳐 으스러뜨리는 행위도 포함된다. 일부 블로거 등 호사가들은 “과일은 비타민 함량이 높아 생식기를 위생처리해 주고, 쾌적한 냄새를 풍기고, 성병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부인과 전문의 젠 군터 박사는 “오이를 질 세척용으로 쓰는 등 이상하고 위험한 행동은 생식기의 자연스러운 수소이온 농도(pH)를 뒤집어 감염 위험을 높이고, 악취까지 풍기게 한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캐나다 출신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업하고 있다.
군터 박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질 세척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껍질 벗긴 오이 또는 약국에서 파는 ‘여성용 세정제’를 쓰는 것은 건강관리라는 허울을 쓴 여성혐오증”이라고 비판했다. 그녀는 “난 그따위 것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질은 전혀 더럽지 않다. 많은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질 세척제·세정제·훈증·식초·pH 밸런싱 제품·알로에·콜로이드 은(colloidal silver)· 마늘 등은 썩 효과가 없다. 오히려 체내의 좋은 박테리아(젖산균)를 해치거나 점막 표면을 파괴해 HIV·임질에 감염되는 위험을 높이고, 악취를 낸다.
군터 박사는 또 모든 종류의 곰팡이, 채소밭에서 잡을 수 있는 다른 벌레들이 질 속에서 번성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질에는 자정능력이 있기 때문에 굳이 세척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트위터에 ‘질은 스스로 돌본다. 자동세척 오븐처럼’이라는 내용을 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래도 질을 돌보길 원하거나 악취가 걱정된다면 생식기 외부를 물과 순한 비누로 씻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립환경건강과학연구소(NIEHS)의 2016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질 세척을 하는 여성들은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생식기 내부를 샤워젤·비누로 씻는 여성들은 성병에 감염될 위험이 오히려 더 높다. 캘리포니아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누와 윤활제는 민감한 조직을 손상시키고, 여성이 헤르페스·클라미디아·HIV에 감염되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이 연구 주요저자인 졸리 브라운 교수는 “이런 제품을 질 내부에서 사용할 경우, 박테리아의 균형이 깨져 세균성질염·성병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는 증거가 점점 더 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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