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의 음경 크기를 충분히 감안한 ‘맞춤형 콘돔’이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콘돔 제조업체 ‘글로벌 프로텍션’사(Global Protection Corp.)는 길이 10가지, 둘레 9가지의 조합으로 만든 60가지 크기의 맞춤형 콘돔을 최근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표준 콘돔의 길이는 미국 남성의 실제 발기된 음경 길이보다 1인치(2.53cm) 이상 더 길었다.
최근 미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콘돔을 사용하고 있는 미국 남성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콘돔은 포장이 잘 돼있지 않으면 나쁜 평판을 받는다. 또 많은 남성들은 콘돔이 불편하고, 성감을 떨어뜨리고, 음경에 잘 맞지 않는다며 불평을 터뜨린다.
그러나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산업표준 그룹의 콘돔 크기에 대한 인식 변화로 맞춤형 콘돔 시대가 활짝 열렸다. 맞춤형 콘돔은 양복으로 치면 수제 맞춤 양복에 해당한다.
보스턴에 본사를 둔 맞춤형 콘돔 제조업체 ‘글로벌 프로텍션’사 데이빈 웨덜 회장은 “콘돔의 작은 크기 등을 바꿔야 한다고 산업표준협회에 변화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표준 콘돔의 길이는 6.69인치(약 17cm) 이상이어야 했다. 하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 남성의 발기된 음경의 평균 길이는 표준 콘돔의 길이 규격보다 약 1인치 더 짧았다. 성 건강 전문가인 데비 허베닉 인디애나대 교수는 “콘돔은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딱 맞도록 충분히 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허베닉 교수팀은 미국 전역의 남성 1,66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83%의 발기된 음경 길이가 표준 콘돔의 길이보다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남성들의 발기된 음경 길이는 평균 5.57인치(약 14cm)에 그쳤다.
비영리 조사기구인 ‘에센셜 액세스 헬스’(Essential Access Health)의 론 프레지어즈 부회장(연구·평가 담당)은 “조사에서 일부 남성들은 콘돔이 미끄러져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불평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음경 길이가 짧은 남성들의 경우, 음경 뿌리 부분에 라텍스가 길게 말려있기 때문에 큰 콘돔이 딱 맞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마이원 퍼펙트 핏’(myONE Perfect Fit)이라는 브랜드명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맞춤형 콘돔은 길이 4.9~9.4인치(약 12.4~23.9cm), 둘레 3.5~5인치(약 8.9~12.7cm)다. 표준 콘돔은 보통 길이 6.7~8.3인치(약 17~21.1cm), 둘레 3.9~4.5인치(약 9.9~11.4cm)다. 남성들이 직접 측정하게 돼 있는 템플릿에는 인치 또는 cm 단위를 쓰지 않게 돼있다. 예컨대 ‘E99,Z22’라는 식으로 표시된다. 웨덜 회장은 “맞춤형 콘돔의 판매가 진행된 몇 시간 동안 60개의 모든 사이즈 콘돔에 대한 주문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사는 고객 숀 레이먼드(34)는 B17 콘돔을 주문했다. 그는 “표준 콘돔의 경우 음경이 많이 미끄러져 내리기 때문에 큰 길이가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또 “말려 있는 라텍스 초과분은 마치 아나콘다가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줬고, 둘레 치수도 충분히 맞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한편 ‘빌 앤 맬린다 게이츠 재단’은 2013년 ‘쾌감을 높이는 콘돔’ 개발에 대한 후원을 시작했으나, 이렇다 할 제품을 시판하는 데 성공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음경의 끝부분만 덮고 의료용 접착제를 붙인 콘돔 ‘갤럭틱 캡’(Galactic Cap)은 충분한 시험을 하지 않아 FDA의 승인을 못 받고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 사는 발명가 찰스 포웰은 당국의 눈을 피해 이 콘돔을 20달러에 불법 판매하고 있다. 다른 아이디어들도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재정적인 이유로 답보 상태다.
암소 힘줄 또는 물고기 피부로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콜라겐 콘돔을 개발하기 위해 10만 달러를 지원받은 마크 맥글로린은 임상시험 비용 2백만 달러가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밖에 총 120만 달러를 지원받은 폴리에틸렌 초순수 포장 콘돔(ultra sheer wrapping condom)과 종이접기 콘돔(Origami condoms), 신축성이 뛰어난 하이드로젤 콘돔 등도 모두 완제품을 내놓을 만한 단계에 접어들지 못했다.
한편 이번에 맞춤형 콘돔을 내놓은 ‘글로벌 프로텍션’사 데이빈 웨덜 회장은 터프스대 학부생 자격으로 콘돔 개발 경연에 참가했다. 그는 한 동급생과 함께 대학의 마스코트인 서커스단의 명물 ‘점보 코끼리’(Jumbo the elephant)로 장식한 콘돔을 패키지로 팔았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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