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콘돔을 사려고 포털사이트를 검색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콘돔 구매는 연령 확인이 필요한 서비스라며 성인인증을 받아야 된다는 메시지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A씨는 “콘돔은 의료기기로 청소년도 구입이 가능한 것인데, 왜 성인 키워드로 분류해 성인인증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외국인 유학생 B 씨는 온라인으로 에로 만화를 보려다가 포기했습니다. 바로 성인인증 때문입니다. 국내에 91일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은 아이핀을 발급받을 수 있다고 들었지만 개념이 생소하고 절차가 까다로워 대신 한국인 친구의 계정을 빌려 쓰기로 했습니다. 이런 황당한 일을 겪은 것은 A, B 씨만이 아닐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인인증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또 성인인증이 성인 콘텐츠와 성인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본인확인제도는 지난 2013년 청소년보호법이 개정된 후 본격 시행됐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처음에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이용할 때마다 인증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인증비용이 발생하고, 회원이 이탈되는 등의 애로사항이 있다는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듬해부터 본인인증주기를 연 1회로 변경했습니다. 업계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여가부의 생색내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난 2012년 ‘인터넷실명제’로 잘 알려진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위헌이라는 판결이 났습니다. 그런데도 성인 정보에는 이미 위헌 결정이 난 본인 확인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2016년에는 게임물을 민간기관에서 자율 심사하도록 하는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돼 올해부터 적용되고 있습니다. 단,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에 관해서는 정부가 심의를 계속합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국가가 본인확인을 강제하는 것도 문제고, 콘텐츠에 대한 접근방식을 고민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사정은 어떨까요? 미국, 영국, 독일 등은 성인용품을 파는 사이트에서도 성인인증을 절차가 없습니다. 일본도 18세 이상인지 여부를 물어볼 뿐, 다른 절차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 유해물로 분류되는 성기구들을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런 번거로운 절차 없이 보거나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인용품을 사려면 웹사이트마다 별도로 까다로운 성인인증을 거쳐야 합니다. 이렇다 보니 해외업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집니다.
인증없이 성인용품 주문이 가능한 알리바바(좌), 아마존(우).
세계적인 최대 규모의 인터넷쇼핑몰 아마존과 알리바바에서는 한국인도 쉽게 검색을 통해 성인용품을 살 수 있습니다. 세관에서 상품 수입허가를 받은 사람에 대해서만 상품 통과를 해주기 때문에 성인용품을 이들 사이트에서 구매하더라도 국내에서 받아볼 수 없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사이트를 통해 성인용품에 대한 정보는 아무런 제한 없이 볼 수가 있습니다. 또 요즘 성인용품은 디자인이 세련돼서 성인용품처럼 보이지 않아 대부분 통관절차의 애로를 겪지 않고 국내에서도 받을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명품 성인용품 회사 레로(lelo)는 자사 웹사이트에 아예 한국어 페이지를 만들고 한국인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외국법인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것이어서 국내법으로 단속이 불가능합니다. 일부 성인용품 사이트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지만, 통상 문제의 빌미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성과 관련한 콘텐츠와 상품의 검색조차도 성인인증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천지개명 인터넷 시대’를 따라 가지 못하는 국내법이 국내업체들의 발목만 잡고 있는 셈입니다.
세계 190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지난해 한국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그러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그중 하나로 성인인증이 꼽힙니다. 전세계 국가 중에서 한국에서만 성인인증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쉽게 가입해 볼 수 있다는 넷플릭스의 장점을 없애버린 것입니다. 한 넷플릭스 이용자는 “인증 과정을 다 거쳤는데도 계속 인증하라는 메시지가 뜨더라”며 “넷플릭스도 한국에 들어오면 별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성인인증이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입니다.
성인인증 유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성인인증이야말로 청소년을 유해물로부터 보호할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성인인증제도의 변경을 원하는 사람들은 성인인증이 있어도 유해물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은 어떻게든 접한다고 말합니다. 지금의 과도한 성인인증은 이중적이고 음성적인 성문화를 고착화하고 성 산업을 억제할 따름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속삭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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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논란을 빚어온 핀란드 ‘여성 전용 섬’ 리조트가 당초 예정대로 6월 하순 문을 연다. 여성 전용(금남)의 고급 리조트인 이 섬은 공식 명칭이 ‘슈퍼쉬’(Supers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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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성의 약 4분의 1은 성관계보다는 자위행위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온라인 약국인 슈퍼드러그 온라인 닥터(Superdrug Online Doctor)가 남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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