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을 저지른 사람들의 대다수는 파트너가 용서했다는 확신을 주더라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NTNU)의 최근 연구 결과다. 연구의 주요저자인 몽스 벤딕슨 NTNU 부교수(심리학)는 “사람들은 파트너가 불륜을 용서했다고 말하더라도 이를 진실로 믿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불륜은 매우 일반적이다. 조사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부부들 가운데 최소한 20% 이상이 바람을 피운다.
NTNU 연구팀은 젊은 이성애 커플 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자신과 파트너가 상상한 성적·감정적인 불륜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륜을 저지른 사람은 설령 파트너가 용서했다고 안심을 시켜줄지라도, 이를 진실로 믿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불륜을 저지른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파트너에게 과잉보상을 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불륜을 저지른 사람은 상대방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선물을 사주거나, 파트너가 고마워할 것 같은 일을 기꺼이 할 수 있다.
파트너가 불륜을 용서하는 정도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진화적 메커니즘일 가능성이 크다. 부부관계가 위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벤딕슨 부교수는 “용서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비용이 높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관계를 개선할 만큼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류관리이론(EMT)에 의하면 ‘어떤 일이 존재하지 않는데,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오류’가 ‘어떤 일이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는 오류’보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더 낫다. 그 경우가 현실에 적응할 가능성이 더 크다.
벤딕슨 부교수의 설명이다. “여성들의 의도가 선할지라도 ‘여성들은 성관계에 관심이 있어’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좋은 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관계를 맺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또 대부분의 파트너들은 불륜을 저지른 상대방에게 복수를 하거나 상대방이 고통을 당하는 걸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남녀 모두 똑같다.
대신, 그들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밀고 당기는 ‘밀당’을 할 확률이 더 높다. 또 “파트너들은 상대방이 불륜의 대가를 치르길 원하지만, 그들 스스로 불륜을 저지르면서까지 대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진화심리학적 관점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륜 파트너와 헤어지는 확률은 남녀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어떤 유형의 행위를 불륜으로 여기는지에 대해선 남녀 간에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다.
성적인 불륜은 남녀 모두에게 강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정서적인 불륜은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에게 훨씬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서적인 불륜이 들통 난 남성들은 해당 여성과 성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그들은 성적인 불륜을 저질렀을 때처럼 파트너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또 남성들은 여성들이 파트너의 정서적인 불륜을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들은 파트너의 정서적인 불륜을 용서할 확률이 여성들보다 더 높다.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파트너와 거리를 둬야 할 필요가 더 적고, 정서적인 불륜을 여성들보다 덜 위협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여성들은 파트너의 정서적인 불륜을 가장 강하게 질투한다. 반면 남성들은 파트너의 성적인 불륜을 가장 강하게 질투한다. 이런 반응은 ‘부모 투자의 진화론’과도 일치한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파트너와의 이별은 남성들의 경우에 비해 훨씬 더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었다. 따라서 여성들은 파트너가 다른 여성에게 마음을 뺏기는 것을 상대적으로 더 큰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연구팀은 “이런 반응이 모든 이성애적 관계에 적용될지는 불투명하다”라며 “이번 연구 참가자들은 매우 젊어서,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보다 더 쉽게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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