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경우, 정자가 변형돼 스트레스를 잘 느끼는 유전자를 자식에게 물려준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제니퍼 찬 교수(신경내분비학) 연구팀이 실험쥐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생식세포가 자라는 곳인 ‘부고환 두부’(caput epididymis)라는 실험쥐 수컷 생식기관의 일부를 집중 연구했다. 연구팀은 부고환에 있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 (glucocorticoid receptor)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센서를 없애면 스트레스의 전달이 중단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아빠 실험쥐의 자손은 두려운 포식동물의 냄새를 맡았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을 과잉 분비한다. 스트레스를 쉽게 잘 느끼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부고환에서 이 수용체를 없앤 아빠 실험쥐는 정상적인 호르몬 반응을 나타내는 자손을 뒀다.
앞선 연구에서는 부고환 세포가 작은 RNA 소포를 분비하고, 이것이 정자와 융합해 유전물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부고환 세포를 접시에 담아 실험했으며, 그 결과 코르티코스테론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이런 소포의 RNA가 변형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트레스가 어떻게 정자의 변형을 초래하는지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를 활성화해 ‘부고환의 RNA 소포’를 조절하며, 이어 그 소포는 바뀐 유전물질을 정자에 전달해 스트레스를 다음 세대로 물려준다”고 밝혔다. 사람의 정액 속에도 이와 비슷한 소포가 있다.
연구팀은 인간들도 실험쥐와 마찬가지로 RNA 소포의 스트레스 유전물질을 다음 세대로 물려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학생들의 정자 샘플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 지표의 하나로 시험 일정을 이용하고 있다. 이 내용은 최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신경과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됐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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