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셜미디어는 식욕을 돋우는 음식 관련 사진·동영상으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 덕분에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푸드 포르노’ 작품들도 포화 상태다. 그 와중에 미국의 현대미술가 스테퍼니 살리는 ‘과일 예술’로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살리의 예술 세계는 독특하다. 딸기·복숭아·바나나 등 각종 과일을 활용해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요즘 뜨고 있는 ‘푸드 포르노’(foodporn)에 속한다. 그는 이른바 ‘손가락으로 과일에 삽입하기’(Fruit Fingering) 비디오로 여성성을 표현한다.
2015년 어느 날이었다. 살리는 시장에서 붉은 오렌지를 보고 ‘손가락으로 과일에 삽입하기’ 비디오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녀의 작품은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밤새 엄청난 숫자의 팔로어를 끌어들였다.
살리도 푸드를 다루지만, 그녀의 접근법에는 완전히 다른 뜻과 목적이 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과일에 삽입하기’ 비디오를 통해 여성성·권력·검열 및 기타 페미니즘과 관련된 주제들을 다룬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이미 세 차례나 정지를 당했다. 익은 복숭아에 꿀이 흘러내리거나, 딸기에서 우유가 새어나오는 등 야릇하고 성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 때문이다. 하지만 곧 정지가 풀려 회복됐고, 그 때마다 팬 기반은 더욱 더 탄탄해 졌다.
살리는 ‘예술가 성명’에서 “소셜미디어의 전형적인 활용을 뛰어넘어 내 과일예술 시리즈는 검열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예술, 항의의 행위, 공연 예술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또 “상징주의는 작품에서 많이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살리의 예술은 인터넷 화면을 맨 아래까지 쭈욱 내려가며 보게 만드는 마법을 발휘한다. 여성의 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비디오 장면에 꽂힌 사람들이 주로 마법의 대상이다.
한편 살리의 비디오를 혐오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여성들이다. 그들은 그녀의 비디오를 음란하고 모욕적이라고 비난했다. 살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비디오는 기본적으로 유머와 불합리를 통해, 여성의 질을 형상화하고 여성성을 받아들이는 것에 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그러나 멍청한 사람들은 비디오를 대충 본 다음에, 나를 ‘어리석은 년’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살리는 우리의 여성성에 대한 인식과 여체에 대한 취급이 건강하지 않으며, 반드시 변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녀는 “외음부의 이미지를 둘러싼 불편함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제 사회가 여성의 몸을 검열과 착취의 대상으로 보는 것을 멈출 때”라고 강조했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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