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오래전부터 최음제로 성적 만족을 추구해왔다. 그동안 최음제에 대한 수준 높은 임상연구가 끊이지 않았으나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은 나지 않고 있다. 이런 최음제의 비밀을 21세기 의학이 밝혀낼 수 있을까?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최음제는 성욕을 자극하거나 증가시키고, 성기능을 개선해 준다는 효과를 내세우는 제품이다. 흔히 사람들이 최음제라고 믿는 물질은 향신료, 식물 추출물, 동물의 내장, 벌레 등 상당히 많다. 그 가운데 많은 것들이 역사가 깊고 문화적으로 믿음을 사기도 했지만, 효과를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를 확보한 것은 거의 없다. 다행히 우리는 화합물의 안전성과 작동 원리 등에 대한 수준 높은 연구를 많이 함으로써 최음제 연구의 암흑시대에서 벗어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엘리자베스 웨스트 교수(산부인과)와 서던캘리포니아 성건강·생존의학센터 마이클 크리치먼 박사는 몇 가지 유망한 최음제 물질을 꼽았다. 이들은 “자료가 적긴 하지만 은행나무·인삼·마카·트리블러스 등은 향후 최음제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은행나무와 인삼
은행나무는 생식기 등 말초기관으로의 혈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스트 교수와 크리치먼 박사는 “한 연구에서는 은행나무가 남녀의 성기능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다른 연구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은행나무(은행잎 추출물)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없으나, 일부에서 과도한 출혈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한편 수차례의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삼은 발기부전에 효과적이고, 폐경기 여성의 성적 흥분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은행나무와 마찬가지로, 인삼도 가벼운 위장 장애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호르몬에 민감한 암 환자들은 인삼 복용을 피해야 한다.
◇ 마카와 트리블러스
웨스트 교수에 따르면 생쥐 실험 결과, 안데스 산맥의 뿌리채소인 마카는 성욕 증가와 발기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 3건의 임상 연구에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다른 임상 시험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중국 한의학과 인도 전통의학에서 쓰이는 식물인 트리블러스(Tribulus terrestris)는 자연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DHEA)로 변환되는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다. 수차례의 생쥐실험 결과에 의하면 트리블러스는 정액의 질 개선과 발기부전 치료 효과 등으로 남성의 생식능력을 개선하고, 여성의 성적 만족도를 높여준다.
그러나 이들 제품에 대해 FDA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FDA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최음제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확립하는 데 필요한 자료가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최음제로 쓰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어떤 OTC 약품(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품)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공인받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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