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끝에서 뽑은 피 한 방울로 임신 8~12주에 태아의 성별을 조기 확인할 수 있는 혈액 검사법이 최근 브라질에서 개발됐다. 현재의 초음파 검사로는 임신 12주 이후에야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다.
이번에 태아의 성별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는 혈액 검사법을 개발한 곳은 브라질의 의료진단 기업인 ‘사빈 래버러토리’(Sabin Laboratory)다. 이 혈액 검사법에 관한 내용은 국제 학술지 ‘산전 진단’(Prenatal Diagnosis)에 실렸다.
그런데 사실 혈액으로 검사하는 방법은 이미 존재한다. ‘비침습적 산전 진단’(NIPT)이라고 부르는 이런 혈액 검사법은 다운증후군 등 각종 유전성 질환을 조기 진단하는 데 쓰인다.
일반적으로 의료진은 태아의 다운증후군 등 진단을 위해 양수 검사를 택한다. 양수 검사에는 자궁 안에서 자라고 있는 태아를 둘러싸고 보호하는 양수에서 세포의 샘플을 채취하는 것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 검사에는 확률은 낮으나 유산할 위험이 뒤따른다. 또 유전성 질환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든 태아의 성별을 확인하든, NIPT를 하기 위해선 ‘주사기’로 산모의 혈액 샘플을 뽑아야 한다.
그러나 뉴사이언티스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새로 개발된 혈액 검사법 덕분에 모든 절차가 간편하고 능률적으로 변하게 됐다. 끔찍하게 큰 주사기 대신 작은 바늘로 손가락에서 뽑은 피 한 방울만 있으면 태아의 성별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빈 래버러토리’사 연구팀은 임신한 여성 101명의 손가락에서 피 한 방울씩을 뽑아 분석했다. 또 태아 DNA 파편에 남성에게만 존재하는 Y염색체가 있는지 관찰했다. DNA에 Y염색체가 있으면 남아, 없으면 여아로 판단한다. 연구팀은 이 혈액 검사의 결과를 차후 출생한 신생아에 대한 임상 검사와 비교해 확인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혈액 검사는 임신 8주 이후에 할 경우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Y염색체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확도는 95.4%였다. 초음파 검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초음파 검사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훨씬 덜 번거롭게 태아의 성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손가락 끝 혈액 검사’의 가장 큰 강점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혈액 샘플이 손가락 표면의 다른 DNA에 의해 오염되기가 상대적으로 더 쉽고, 그 때문에 오탐(false positives), 즉 진단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검사 직전에 손가락을 깨끗이 씻으면 오탐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검사법이 다운증후구 등 유전질환을 진단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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