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시작된 성 혁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남녀 간의 ‘오르가슴 격차’를 훌쩍 뛰어넘어 ‘오르가슴 평등’을 이뤄야 한다는 이색적인 주장이 나왔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로리 민츠 교수(심리학)는 이런 주장을 담은 책을 최근 펴냈다. 책 제목은 ‘클리토리스에 익숙해지기 : 오르가슴 평등은 왜 중요한가-오르가슴에 도달하는 방법’(Becoming Cliterate: Why Orgasm Equality Matters-And How to Get It)이다.
성 연구가이기도 한 그녀는 한 매체에 쓴 글에서 “오르가슴 격차를 드러내고, 설명하고, 끝장내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그녀는 성 혁명 덕분에 여성들도 혼전 성관계를 자유롭게 가질 수 있게 됐으나, 극심한 남녀 오르가슴 격차로 여성들이 성적 쾌락의 경험을 평등하게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관계 중 언제나 또는 대체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비율은 남성이 약 91%나 되는 데 비해, 여성의 경우는 약 39%에 불과하다. 또 다른 연구 결과에 의하면 남녀 오르가슴 격차는 우연한 성관계 때 더욱 더 벌어진다. 여성들이 첫 번째의 우연한 성관계 때 오르가슴을 느끼는 빈도는 남성들의 약 32%밖에 안 된다. 이는 연인 사이의 성관계 때(72%)보다 훨씬 더 낮은 수치다.
특히 민츠 교수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연한 성관계 때 오르가슴을 항상 느끼는 여성들은 약 4%에 그쳤다. 남성들의 경우(약 55%)보다 훨씬 더 낮다.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전국 표본조사 결과에 의하면 가장 최근의 성관계에서 오르가슴을 느낀 비율은 여성의 경우 약 64%, 남성의 경우 약 91%였다.
일부에선 이런 남녀 오르가슴 격차는 문화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여성 오르가슴의 교묘한 특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위행위를 하는 여성들의 약 95%가 몇 분 안에 오르가슴을 쉽게 느낀다. 알프레드 킨제이 박사에 의하면 여성들이 자위행위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약 4분이다. 또 여성 동성애자들이 오르가슴을 느낄 확률은 이성애자들보다 훨씬 더 높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위행위를 하는 여성들의 약 99%는 클리토리스를 자극한다. 남성과의 삽입성교 때 발생하는 여성 오르가슴의 문제 가운데 약 78%는 불충분하거나 올바르지 않은 클리토리스 자극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관계 중 구강성교와 클리토리스 자극을 받을 경우 여성들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비율은 높아진다. 이런 행동은 우연한 성관계 때보다는 연인 간의 성관계 때 더 자주 일어난다.
여성들이 특히 우연한 성관계 때 클리토리스 자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성교육의 문제점에 따른 클리토리스에 대한 무지다. 남녀 대학생의 약 60%가 클리토리스가 질관 안에 있는 것으로, 여대생의 15~30%가 삽입성교만으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각각 잘못 알고 있다. 성교육의 실패 탓에 포르노가 새로운 교육 수단으로 떠올랐으나, 포로노 역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둘째, 여성의 자위행위 때와 삽입성교 때의 쾌락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 때문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젊은 성인들은 우연한 성관계에서 여성들의 쾌락은 남성들의 쾌락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이 우연한 성관계를 갖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비정상적인 성관계에서 쾌락을 찾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녀 오르가슴 격차를 없애는 비결이 과연 있을까? 민츠 교수는 네덜란드 성교육 프로그램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성적 쾌락·자위행위·클리토리스·오르가슴 등에 대한 정보를 교육시킨다. 또 금욕·피임·성적 동의·의사소통·성적 의사결정·포르노와 실제 성관계의 차이점 등을 두루 가르친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는 청소년들의 임신율과 성병 감염률이 상대적으로 더 낮다. 특히 성폭력 발생률은 미국의 약 3분의 1밖에 안 된다.
한 작가는 “2018년을 성희롱·성폭력 등으로부터의 자유를 요구하는 해로 만들자. 올해는 우리가 성적 쾌락을 요구하는 해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미투(#MeToo)운동이 수년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민츠 교수는 “성적 쾌락의 평등을 위한 성 혁명도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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