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안전성·유효성 논란을 빚었던 자궁경부암 예방용 인두유종바이러스(HPV)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적인 비영리·비정부기구인 ‘코크레인 그룹’이 최근 8년 동안 전 세계의 HPV 관련 연구 26건(여성 약 7만 3천명의 접종 사례)을 집중 분석한 결과다. 이 그룹은 건강·의료 관련 국제 민간기구로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다.
코크레인 그룹에 따르면 HPV 백신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위험을 높인다는 일부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백신 접종을 한 실험집단과 그렇지 않은 통제집단에서 모두 약 7%의 부작용에 해당하는 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백신이 특별히 부작용을 일으키는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는 뜻으로, 백신의 안전성이 입증된 것이다.
코크레인 그룹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HPV 예방 백신이 15~26세 여성들의 자궁경부암 발병률을 1만 명당 341명꼴에서 157명꼴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방 백신이 HPV가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유형의 전암 병변(pre-cancer lesions) 발병률을 1만 명당 559명꼴에서 391명꼴로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백신의 유효성이 입증된 것이다.
영국 국민건강보험(NHS)은 2008년부터 12~15세 여성 청소년 전원에게 HPV 백신을 접종했다. 하지만 일부 민간 운동단체들은 HPV 백신이 신체마비·만성피로증후군(ME) 등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HPV 예방 백신의 안전성·유효성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 때문에 아일랜드 등 일부 나라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뚝 떨어졌다. 또 일본 정부는 2013년 HPV 백신 접종 권장을 철회한 바 있다.
영국 암연구소에 따르면 남녀의 약 80%는 일생 중 어느 시점에서 HPV에 감염된다. 피부 접촉·삽입성교·구강성교 등으로 전염될 수 있다.
또 NHS에 따르면 HPV에 감염된 여성들이 모두 자궁경부암에 걸리지는 않으나, 자궁경부암 환자의 약 99%는 HPV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HPV는 목구멍·목·혀·편도와 외음부·질·음경·항문 등에 암을 일으킬 수 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등 전 세계의 보건 당국도 최근 HPV 예방 백신을 폭넓게 검토한 뒤, 그 안전성과 유효성을 재확인했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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