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보건부는 정자 기증으로 33명의 아빠가 된 남성이 이스라엘에서 기증 행위를 못하도록 금지하는 조치를 최근 내렸다. 그 대상자는 약 10년 동안 꾸준히 정자를 기증해 온 미국인 아리 네이겔(42)이다. 그는 미국 뉴욕시립대의 수학 전공 교수다.
‘슈퍼 정자 기증자’인 그는 ‘아버지의 날’(6월 셋째 주 일요일)을 맞아 자신이 그야말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그 일을 했다. 하지만 한 나라 전체가 나서서, 자신의 정자 기증을 금지한 데 대해서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네이겔은 스타벅스 등의 공중 화장실에서 컵에 받은 정자를 기증해, 주로 뉴욕의 난임 여성들이 아이를 갖게 해줬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43세의 한 이스라엘 여성이 한 사설 클리닉에 정자를 동결 보관하고 싶다며 그의 방문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가 이스라엘의 해당 클리닉을 채 떠나기도 전에,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클리닉의 한 직원은 그의 정자 샘플을 폐기했으며, 자기네 클리닉은 그의 정자를 보관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네이겔은 클리닉 측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으며, 이스라엘 보건당국의 경고로 클리닉이 그런 조치를 취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그 난임 여성에게 편지를 보내, 네이겔의 정자는 자국에서 이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또 모든 정자은행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법률에 따르면 정자 기증자는 이름을 밝혀선 안 된다. 따라서 정자 기증자도 수혜자도 서로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수라엘 보건부가 편지에서 시사했듯이, 네이겔은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정체를 알기 때문에 그의 정자 기증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엄마들의 지적도 적지 않다.
이스라엘 법률에서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는 정자를 기증한 남성이 그 엄마와 함께 부모 역할을 할 것이라고 약속하는 문서에 서명했을 때다.
이에 따라 네이겔은 이스라엘에서 자신의 정자를 동결시킨 다른 40대 초반의 예비 엄마 6명은 물론, 그 43세 여성과도 공동으로 부모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근처의 메디컬 센터 등에 저장된 정자는 아직 폐기 처분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자를 1년간 동결 보관하는 비용으로 약 1,880달러(약 209만원)을 선납한 여성들은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 보건부는 네이겔이 부모 역할을 공동으로 수행하겠다고 서약한 행위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보건부가 한 예비 엄마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 이유는 분명하다. 네이겔이 정자 기증으로 임신시킨 여성들의 많은 숫자를 감안하면, 그의 서약은 신중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43세 여성은 네이겔의 정자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며 이스라엘 보건부를 상대로 대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 여성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부했다. 법원 서류에서 그녀의 이름은 비밀로 취급된다.
어쨌든 이 같은 법정 공방으로 네이겔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가 정자 기증을 못하게 하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나”라고 말하고 “성급한 법 개정에 따른 금지 조치로 엄마가 되는 걸 미룰 수밖에 없는 여성 6명이 내게 매일 같이 울부짖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6년 6월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욕주 보건부는 네이겔에게 정자 기증을 위한 일종의 면허를 따도록 명령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아직 준수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뉴욕 일대에서 그의 자녀 6명이 태어났고, 일부는 그의 성을 따랐다. 현재 또 다른 10명의 아이가 출생 단계를 밟고 있다.
네이겔은 미국·영국 등 전 세계 여성들에게서 정자를 기증해 달라는 요청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 학계에 유전학 강사로 초빙된 적도 있고, 최근엔 뉴욕대에서 사회학 강의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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