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의 명동 생활은 밤낮없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이 땅에 광고사진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는 뿌듯함으로 끼니를 잊고 일했다. 더러 자신을 철석같이 믿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아버지에 대해 죄책감이 고개를 들곤 했지만, 사진에 대한 뜨거움이 그것을 덮었다.
그러나 거짓말은 오래 갈 수가 없었다. 이 교수의 아버지는 사진의 무릉도원에 빠져 연락이 끊긴 막둥이를 찾으라고 며느리에게 SOS를 쳤다. 형수는 기신기신 시동생을 찾아왔다가 깜짝 놀랐다. 막둥이의 얼굴이 반쪽이 된 것. 이 교수는 밤낮없이 일하느라 자신이 폐결핵과 급성간염에 걸린 것도 모르고 있었다. 황달을 지나 흑달이 와 온몸이 거무튀튀했다.
“병원에서는 오래 못 살 것 같다고 진단했고 곧바로 귀향할 수밖에 없었지요. 동대구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아버지는 맨날 교통비가 아까워 걸어 다니시거나, 버스를 타시든 분이었는데 아무 말도 없이 택시를 잡았습니다. 곧바로 대구시내에서 사촌매형이 원장으로 있는 이철상내과의원(현 대한내과)으로 향했지요. 그 길이 참 멀게 느껴졌습니다.”
이 교수는 서울 의사의 말과 달리 건강을 되찾았다.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는 아버지와 지극 간호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꼭 일어서야 했다. 어머니가 칠성시장에서 사온 개고기와 돼지고기를 꾸역꾸역 먹으면서 체력을 비축했다. 사촌매형이 주치의가 된 것도 행운이었다. 이 원장은 대구 경북지역에서 위 질환과 결핵 치료의 손꼽히는 명의였다. 병원에 위내시경 장비를 설치하고 원내 현상소에서 직접 사진을 현상해서 환자 치료에 쓸 정도로 최신치료에 앞장선 의사였다.
이 교수는 몸을 꿈적이게 되자 다시 카메라를 찾아 친구인 권중인 전 경성대 교수의 집 2층 창고에 스튜디오를 차렸다. 그는 우연히 자신에 버금가게 사진에 미친 박 매리 다니엘 수녀를 만났다. 수녀는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의무기록학과 사진학을 공부했고 대구에서 개인전을 열고 싶어 했다. 이 교수는 미국 유학길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일념에 수녀를 도왔다.
이 교수의 사진 활동이 얼마나 적극적이었던지, 수녀가 속한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의 서 안셀모 수사가 후원자로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시가 400만 원대의 독일제 린호프 카메라를 사주기까지 했다. 당시 봉급쟁이가 10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살 수 있는 고가품이었지만, 미래의 세계적 사진작가를 위해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인쇄소에서 야근해서 갚아라!”며 선물한 것. 다니엘 수녀는 더 큰 선물을 줬다. 수녀는 이 교수에게 자신의 수양동생을 소개시켜줬고, 두 사람은 사랑을 싹틔워 결혼에 이르렀다.
이 교수는 결혼비용을 아껴서 이듬해인 1977년 충무로로 복귀했다. 오로지 광고사진으로 우뚝 서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는 삼성, 코오롱 등의 홍보실에 무작정 찾아가서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 물량을 따냈다. 마침 우리나라에 기성복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여서 수요가 넘쳤다. 광고사진을 찍는 사진작가가 부족할 때여서 이 교수의 주가는 올라갔다. 《멋》 《여원》 등 잡지에서 화보 요청이 밀려왔다.
“그런데 말입니다, 기업에서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찍새’로 보는 겁니다. 미국 패션잡지 《보그》의 페이지를 찢어서 ‘이렇게 찍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다반사였습니다. 돈은 벌었지만 작가정신이 상처를 받았다고나 할까요? 제 작품을 찍고 싶었습니다.”
이 교수는 1970년대 말부터 패션사진과 함께 누드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일본 오키나와로 ‘원정’을 가서 찍은 작품으로 1985년에 패션누드 사진집 《Woman & Man》을 펴냈다. 이 사진집은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분도인쇄출판사에서 밤샘 작업 끝에 나왔다. 천주교 수도원에서 누드사진의 예술성을 인정하고 인쇄를 결정한 것. 그러나 우리나라 언론과 사진계에서는 한국미를 표현한 누드사진 작가의 출현에 눈을 감았다.
이 교수의 작품들은 일본에서 먼저 화제였다. 일본 사진전문지 《포토자폰》에서 15쪽에 걸쳐 특집으로 소개했고, 일본문화원에서는 《빛과 여인들》이란 제목으로 누드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일본 팬탁스 포럼 초대전에서는 한국여인들의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에로티시즘을 표현한 《환(幻)》 시리즈가 소개됐고 일본 최대 출판사 코뷴샤(光文社)에서 이 교수의 사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한국의 예술미를 표현한 누드 사진작가가 탄생했지만,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먼저 호평을 받은 것이다.
다른기사 보기
[섹스 파이오니아①] "누드사진 찍으며 위선과 싸워왔지요"
[섹스 파이오니아③] "누드사진, 언제쯤 예술로 인정받을까요?"
이성주 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 '건강한 성, 솔직한 사랑'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건강한 성생활을 즐기는 이들에겐 어떤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 것일까. 적잖은 이들이 가질 법한 궁금증이다. 특별한 비결 같은 것은 없다고 성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만 건강한 성생활
최근 스마트폰과 연동이 가능한 섹스토이가 인기다. 하지만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섹스토이는 해킹을 조심해야겠다. 올해 초 보안업체 트렌드 마이크로는 'CeBIT 테크놀로지 페어'
미 매체 코스모폴리탄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실연한 친구에게 해서는 안될 말 7가지를 소개했다. 정신과의사, 관계전문가들의 조언을 추렸다. 1. “그러니까 그때 왜그랬어”친구
직장에 복귀하기 싫은 ‘월요병’ 증상에서 벗어나는 데는 음악과 커피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섹스는 그보다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 호주
뇌 속 비만세포가 성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쥐 실험 결과 밝혀졌다. 비만세포는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는 일종의 면역 세포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새로 태어난 암
“생각만으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상상 오르가슴’으로도 행복감을 부쩍 높일 수 있다”. 미국 럿거스대 난 와이즈 교수의 말이다. 상상으로 생식기를 자극하는 동안의 뇌 활동을 조
특수 목적으로 제작한 비디오 게임이 소수민족 청소년들의 성 건강에 대한 지식과 태도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예일대의 최근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청소년들의 건강을
일부 논란을 빚어온 핀란드 ‘여성 전용 섬’ 리조트가 당초 예정대로 6월 하순 문을 연다. 여성 전용(금남)의 고급 리조트인 이 섬은 공식 명칭이 ‘슈퍼쉬’(Supershe)
나체 차림의 크루즈 관광객 3,000명이 ‘대형 누드 보트’를 타고 도미니카공화국 일대의 명소와 휴양지를 여행하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관광청에 따르면 크루즈 관광 전문업체인 ‘카
영국 여성의 약 4분의 1은 성관계보다는 자위행위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온라인 약국인 슈퍼드러그 온라인 닥터(Superdrug Online Doctor)가 남녀 1
가까운 관계에 대해 회피, 불안을 가지고 있는 여성은 가짜 오르가슴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헝가리 페치대 연구결과다. 연구팀은 여성 348명을 대상으로 성관계
버섯을 꾸준히 섭취하면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일본 도호쿠 대학교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 대학교 연구진은 40-79세 일본 남성 3만 6천여
영국 가족계획협회(FPA)가 콘돔을 지갑이나 바지 뒷주머니에 보관 경우 콘돔이 손상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열·습기·마찰·빛 등의 요소는 콘돔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특히
성관계를 하자 마자 바로 사정하는 조루인 남성을 빗대어 '토끼'라고 부른다. 토끼의 교미 시간이 5~6초에 불과해 그렇게 불리는 것이다.토끼뿐만 대부분의 야생동물들은 교미 시간은
작게 태어난 남자 아기는 자라서 불임이 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 연구진은 1984~1987년 사이에 태어난 아기들 10,936명을 2017년까지
뉴질랜드 대학생들이 졸업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옷을 벗었다. 일간 뉴질랜드헤럴드는 국립 매시대학교 수의대 3학년 학생들이 졸업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옷을 벗고 누드 사진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섹스토이 산업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스터티스틱 브레인 연구소’(Statistic Brain Research Institute,
소셜 미디어에 셀카 사진·동영상을 올려놓고 우쭐대는 커플은 불행하고 관계가 불안정할 가능성이 크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에서 완벽한 관계를 주장하는 것은 실제로는 오히려 비참하다
일반인 여성의 성기를 그대로 본 떠 만들었다는 성인 자위기구가 유명 소셜커머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한 소셜커머스에서 남성용 자위기구가 인기
여성들은 남자형제와 닮은 사람을 연인으로 선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노섬브리아대 탐신 색스턴 박사팀의 연구 결과다. 이는 여성들은 아버지와 닮은 남성을, 남성들은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