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을 느끼는 이성과 함께 있으면 ‘몸짓 언어’가 동기화된다. 가령 상대가 컵을 들 때 자신도 같이 컵을 들고, 상대가 빨대를 만지작거릴 때 자신도 이 같이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호감을 느끼는 관계를 넘어 부부처럼 커플 관계에 있을 때는 서로 행동이 비슷해질 뿐 아니라, 뇌의 활동까지 동기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교 연구팀은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부부 24쌍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각 부부가 몇 명의 자녀를 갖고 있는지, 막내의 나이가 몇 살인지 확인했다. 이번 실험에 참여한 부부들은 적어도 4살 이하의 자녀 한 명 이상이 있었다. 부부 중 누가 더 육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지, ‘육아 대응 비율’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그 다음 연구팀은 부부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부부끼리 같은 방에, 다른 한 그룹은 부부끼리 서로 다른 방에 머무르도록 했다. 그리고 여러 잡음이나 성인들의 발성, 아기가 우는 소리처럼 부정적인 소리, 웃는 소리처럼 긍정적인 소리들을 들려주었다.
이 같은 소리에 노출된 실험참가자들은 각 소리를 듣는 동안 어느 정도의 고통을 느꼈는지 1~5까지 점수를 매겼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뇌의 전두엽 피질의 혈류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머리에 착용했다. 이는 근적외선 분광법으로, 산화된 혈액의 고농도를 통해 특정 뇌 영역의 활성화를 살피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부부 사이에 이 같은 혈류 패턴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살펴 뇌의 동기화 정도를 가늠했다. 연구팀은 이와 동일한 실험을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남녀들을 대상으로도 진행했다.
연구 결과, 부부는 떨어져있을 때보다 같은 공간에 있을 때 뇌의 동기화가 더 잘 이뤄졌다. 특히 하부 전두회, 왼쪽 중간 전두회, 양쪽 전방 전전두회 등의 뇌 영역에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졌다. 반면 부부가 아닌 대조군 그룹에서는 함께 있을 때나 떨어져있을 때 별다른 동기화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같은 공간에 있는 부부들은 소리 종류별로도 동기화에 차이를 보였다.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는 동기화가 잘 이뤄지지 않은 반면, 웃음소리에는 동기화가 더 잘 이뤄지는 경향을 보인 것. 연구팀은 부부들이 같이 있을 때 아기의 울음소리에 동기화되지 않는 것은 파트너의 스트레스를 감지하거나 이에 영향을 받아 육아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일 것으로 보았다.
또한, 오래된 부부 혹은 자녀가 많은 부부일수록 젊은 부부 혹은 자녀가 한 명인 부부보다 뇌 동기화가 적게 이뤄졌는데, 이는 부부가 오랜 시간 여러 경험을 함께 해오면서 각자의 역할이 정해지고, 보다 안정감 있게 각자의 일에 대응하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내용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2020년 5월 게재됐으며 건강포털 코메디닷컴이 보도했다.
속삭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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