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발표된 국제연합(UN) 보고서에서 개발도상국 57개국에서 여성의 절반 가까이가 배우자가 성관계를 요구했을 때 “노(No)”라고 말할 권리와 피임, 성과 관련한 의료 등을 요구할 권리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UN인구펀드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자료는 세계 전체 국가 1/3 정도와 아프리카 국가의 과반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그러나 UN인구펀드는 “이 조사결과만으로도 수백만 여성의 신체 자율에 대해 경고하는 그림을 볼 수 있다”면서 “이들 여성은 공포나 폭력에서 벗어나 자신의 몸과 미래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펀드에 따르면 57개국의 성인여성 및 소녀 55%만 성관계를 할지 결정할 수 있거나, 피임을 선택하거나, 성적 또는 출산 문제와 관련해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펀드 이사인 나탈리아 카넴 박사는 “신체 자율성의 부정은 여성과 소녀의 기본적 인권에 대한 침해이며 불평등을 강화하고 성차별에서 똬리를 튼 폭력을 영속화하는 것”이라며 “절반에 가까운 여성이 이런 처지에 있는 것은 우리 모두를 분노케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내 몸은 나의 것》 보고서에 따르면 나라마다 자율성에 대한 비율이 천차만별이었다.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남미 여성 76%는 성관계, 피임, 건강관리 등에 대해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반면에 사하라 사막 남쪽의 아프리카와 중앙·남아시아 등에서는 절반 미만이 이들 권리를 갖고 있었다.
지역 내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가운데 말리, 니제르, 세네갈 세 나라는 청소년기와 성인 여성의 10% 미만이 세 가지 권리를 갖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나라마다 다양해서 중앙·남아시아는 33~77%,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는 40~81%, 중남미에서는 59~87%가 기본적 세 권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스스로 UN성과출산건강기구라고 부르는 UN인구펀드는 국가 내에서도 일관성이 없다고 밝혔는데, 말리의 경우 77%의 여성이 피임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말할 수가 있었지만, 오직 22%만이 성과 관련된 건강관리를 주장할 수 있었다. 또 에티오피아에서는 53%가 성관계에서 “노”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94%는 피임을 주장할 수 있었다.
카넴은 보고서 앞부분에서 “인종, 성, 성적 경향, 나이, 능력 등의 이유로 많은 여성이 결혼 상대를 선택하거나 적절할 때 아이를 가질 권리를 부정당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진정한, 지속적 진보는 성차별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뿌리 뽑고, 차별을 유지하는 사회·경제적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에 달려 있으며 남자들이 이 운동에 동맹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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