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원 같은 노인복지시설에서 사는 노인들은 동료 거주자들보다는 가족이나 직원들의 방해나 통제로 성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UPI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 연구팀은 노인복지시설들이 가족들의 우려 또는 시설 거주자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차원의 감시를 이유로 노인들의 이성교제를 방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나이가 듦에 따라 건강 문제 등으로 생활양식을 바꾸는 게 불가피하지만, 노인들의 이성교제와 섹스에 대한 욕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조치다.
최근 수년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노인들은 클라미디아·매독에서부터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이르는 각종 성병에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인의 생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며, 어떤 경우에는 성생활이 왕성한 20대 초반과 비슷한 성병 감염률을 보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성교육이 부족해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다고 비판하며, 그들의 성생활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연구는 애틀란타의 노인복지시설 6곳의 직원·거주자·가족 등에 대한 인터뷰 및 연구팀의 관찰 등으로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 책임자인 엘리자베스 버기스 조지아주립대 노인학연구소장은 “노인복지시설 거주자들은 시설에 맡겨져 있어도 특정 사안들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지만, 성생활에 대한 명시적인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지적능력이 감퇴하는 노인들 사이의 애정표현에 대한 우려에도 일리가 있을 수 있지만, 노인들의 이성교제를 제한하는 행위는 시설 거주자 본인들의 의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지적했다.
노인복지시설이 거주 노인들의 성생활을 규제하는 실태에 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 미국 매릴랜드대 연구팀은 노인복지시설 종사자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규정을 들어 시설 거주자들 간의 관계를 싹부터 자르기 위해 규제 조치를 취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노인복지시설 종사자들은 섹스와 이성교제를 노인들의 권리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이 부모나 조부모들의 새로운 성관계를 원치 않는다는 점과 ‘감시 환경’ 하의 시설 안전 문제, 노인들의 지적능력 손상 문제 등을 들어 통제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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