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러의 진화, "수술없이 성형 대체"
뉴스  조회: 617회 24-02-27 12:06


직장인 A씨(31)는 최근 3년 만에 고교 동창회에 갔다가 몇몇 친구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도록 입씨름을 벌였다.

  A씨는 청소년 때부터 주걱턱 때문에 고민해오다 지난해 말 서울의 한 병원에서 필러 시술을 받고 ‘상당한 변신’에 성공했다. 그러나 피부과 의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친구가 “필러로는 네 같이 심한 주걱턱을 고칠 수 없다”면서 “성형수술 받고 거짓말 한다”고 몰아붙였다. ‘꾸짖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몇몇 친구가 이에 동조하자 눈물이 핑 돌았다. A씨는 스마트폰을 통해 시술 전후의 사진과 병원 홈페이지 등을 알려주면서 ‘끄덕 끄덕’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아직도 자신이 거짓말쟁이로 몰린 것 같아 섭섭하다.

 

필러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시술비용이 내리면서 다양한 연령층에서 인기이지만, 의료인조차 필러에 대해 잘 못 아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러는 한 가지 종류가 아니다. 성분에 따라 효능과 지속시간 등이 제각각이다. 시술의 종류와 필러 성분에 따라 피부 얕은 곳에서부터 깊숙한 곳에까지 주사 부위와 양도 다르다. 최근에는 수술을 대체할 수 있는 필러까지 나왔다.

 

따라서 필러 시술을 받으려면 미리 최소한의 정보를 알아보고 2, 3곳의 병원에서 설명을 들은 뒤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서로 다른 성분의 필러를 같은 부위에 시술 받으면 이물반응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1세대 ‘동물성 콜라겐’=필러는 얼굴에 주사해 볼륨이 부족한 부위를 채워주는 생체재료로, 일회용 의료기기에 해당된다. 코, 턱, 입, 이마 등 안면윤곽 교정뿐만 아니라 흉터와 주름을 치료하고, 피부 진피조직 안에 주사해 탄력을 더하는 이른바 ‘물광주사’로도 쓰인다.

 

주사형 필러는 동물성 콜라겐필러가 등장한 1980년대부터 자리매김했다. 소콜라겐을 쓴 ‘자이덤’, ‘자이플라스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뒤 본격화됐고, 광우병에 대한 우려로 돼지콜라겐, 사람콜라겐 필러도 잇따라 나왔다. 콜라겐 필러는 지속시간이 매우 짧고, 알레르기 위험이 있어 시술 한 달 전 피부반응검사가 요구된다.

 

▲세계로 번져간 ‘HA 필러’=현재 세계적으로는 ‘히알루론산(HA) 필러’가 널리 쓰인다. 1996년 최초의 HA 필러인 레스틸렌 이후 수많은 수입 브랜드와 국산 브랜드가 출시돼 있다. 피부 성분인 HA는 자기 중량의 수백 배 되는 수분을 응착시켜 피부에 볼륨을 만든다. HA 필러는 몸속 성분과 같아 안전하고, 해독제가 있어 마음에 안 들면 녹여낼 수 있다.

 

그러나 HA 필러는 몸에 빨리 흡수돼 지속력이 약하다. 제품에 따라 6~18개월 정도인데, 입자의 내구성을 높이고 몸 안에서 시술 부위가 이동하지 않도록 안정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진피 가까이 주입하기 때문에 너무 욕심을 부리면 혈관압박으로 인한 피부괴사와 같은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다.

 

▲지속시간은 곧 ‘비용’=지속력이 약한 필러를 장기적으로 주사하면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속시간을 늘린 필러 개발에 대한 수요는 이어져왔다. 래디어스 등 칼슘 성분 필러는 지속시간이 12~18개월로 HA 필러 평균보다 길지만, 염증이 생기면 제거하기 힘든 것이 단점이다.

 

콜라겐 생성 촉진제인 폴리락틱산(PLLA)을 사용한 필러도 지속시간이 최대 2년에 이르지만, 성분은 3개월 이내 생분해된다. 초기에 3~4주 간격으로 4회 반복 주사해야 할 만큼 볼륨효과가 약하다. 잘 뭉치고, 몽우리도 많이 만들어지는 편이다. 스컬트라가 대표 제품.

 

▲도전 ‘반영구 필러’=보통 반영구 필러라면 지속시간이 2년 넘는 제품을 가리킨다. 인공치아나 인공뼈를 만드는 물질인 폴리아크릴아미드젤(PAAG) 계열(아쿠아필링 등), 녹는 수술실 성분인 폴리카프로락톤(PCL) 계열(엘란쎄 등), 뼈 접합체 원료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계열(아테필 등) 필러 등 다양하다.

 

PCL은 분자 길이에 따라 분해 속도를 조절하고, PMMA는 입자 주위로 콜라겐을 새로 만드는 원리로 모두 2년 정도 지속된다. 하지만 많이 쓰이는 PCL과 PMMA 필러는 각각 셀룰로오스와 소콜라겐이 주입량의 70~80%를 차지하다보니 볼륨효과가 금세 줄어들어 초기에 수차례 반복 주입해야 한다. PAAG는 체내 이동이 심한 게 치명적 약점이다. 생분해되지 않고, 모든 입자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어 염증 등 부작용에 평생 시달릴 위험이 있다.

 

▲성형수술을 대체하는 필러? = 최근에는 국내 의사가 개발한 ‘라이콜 필러’가 ‘반영구 필러의 끝판왕’으로 주목받고 있다. 라이콜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덱스트란 소재의 필러로 볼과 눈가 등 부드러운 부위에 주사하는 ‘순수 덱스트란’과 코, 이마 등에 쓰이는 ‘PMMA 병합 덱스트란’이 있다. 지속기간은 각각 5년 이상이며, 1~2회 보충하면 거의 평생 볼륨효과를 이어갈 수 있다.

 

특히 PMMA 병합 덱스트란은 주걱턱, 사각턱 과 같이 이전에는 수술로만 고칠 수 있다고 여겨진 부위를 포함해 안면전체에 사용 가능해 ‘성형 필러’로도 불린다. 다만 피부 밑 깊숙이 많은 양을 주입하기 때문에, 의사의 경륜에 따라 효과에 다소 차이가 나는 것이 주의할 점.

 

조강선 웰빙클리닉 원장은 “필러 시술을 받는 환자는 원칙적으로 다른 성분의 필러제품을 동시에 같이 사용하면 안 되기 때문에 필러 시술을 받는 환자들은 시술받는 필러 성분을 정확히 알거나, 최소한 제품명이라도 알아야 한다”며 “이와 함께 필러 시술부위와 필러 시술명, 필러용량도 기억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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