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물이 넘쳐나는 시대다. 이의 해로움에 대해서는 적잖은 연구가 있었다. 미국 공화당은 최근에 인터넷 포르노물이 공공보건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포르노물이 파트너와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오히려 몇 가지 이로움까지 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포르노물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을 새롭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국 런던 웨스턴 대학의 연구팀이 평균 나이 32세의 성인 43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참여자들은 모두 이성애자들로, 신문 광고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발됐다. 즉 무작위로 선정된 표본은 아니라는 얘기다. 조사결과 많은 이들이 포르노물을 보는 것이 파트너와 관계에 별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오히려 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답한 이들도 많았다. 성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게 하고 실제 성관계를 갖는 것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답변도 나왔지만 대체로 포르노물의 유해성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테일러 코후트 박사는 “많은 사람에게 포르노물을 보는 것은 취미 이상의 것이 아니다. 파트너와의 관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미치지도 않는다. 둘 중 어느 한쪽이 골프를 매우 좋아하는 것과 같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몇몇 과학자들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조사방법론을 지적하기도 하고 몇 년간에 걸친 관련 데이터와도 상충되며 성치료사들과 결혼상담사들의 경험과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성치료사인 질 매닝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포르노 중독에 빠지면서 그로 인해 직장을 잃고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며 웨스턴 대학의 연구결과를 반박했다. 최근 발표된 오클라호마 대학의 연구결과에선 포르노물 이용자들이 결혼생활의 질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호주 정부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포르노 이용자 중 부정적인 영향을 느꼈다고 답한 이는 12%에 불과했다. 웨스턴 대학의 연구팀은 많은 사회과학적 연구들이 포르노물의 유해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지금까지의 연구들이 포르노물의 위험성을 밝혀내려는 의도를 갖고 이뤄진 것이어서 그 유해성이 실제보다 크게 과장돼 있다”면서 “우리는 좀 더 개방적인 태도로 이를 규명해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신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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