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다음 생리를 14일 앞둔 배란기에 가장 높은 성욕을 보이는 것으로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 결과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다.
성욕을 일으키는 비호르몬적 요소가 적지 않으나, 주요 신체기능을 통제하는 화학전달물질이 우리의 성기능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 게 맞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여성들의 성욕과 관련한 연구를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여성 성욕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비도(성욕)는 나이가 듦에 따라, 특히 폐경 후 감소한다는 이론은 확고부동했다. 그러나 생리 중 호르몬 수치 및 성욕의 변화에 대한 일부 연구가 수행됐고, 호르몬·행동 저널(2013년)에 발표된 한 연구결과는 호르몬과 성욕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샌타바버라 분교) 심리·뇌과학과 연구팀은 43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생리주기 추적과 함께 침 샘플을 매일 채취하고,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조사 항목은 ‘성적 접촉을 어제 어느 정도 했나’(척도 1~7점)를 비롯해 자위행위·성교 여부 및 행위 주도자 등 성행위 관련 질문 등으로 구성했다.
연구팀은 이들 여성을 대상으로 난소가 생산하는 두 가지 주요 호르몬인 에스트로젠·프로제스테론 수치를 측정해 두 가지 연구결과를 얻었다.
에스트로젠의 한 형태인 에스트라디올 수치가 증가하면 2일 후 성욕이 높아졌으며, 프로제스테론 수치가 증가하면 1~2일 이내에 성욕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가지 호르몬의 수치는 생리주기 내내 변한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여성들은 배란기에 가장 높은 성욕을 보인다. 배란기는 다음의 생리가 시작되기 약 14일 전, 즉 생리주기의 중간에 해당한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여성들은 생식능력(수정 능력)이 최고 수준일 때 성욕도 최고 수준에 달하는 셈이다.
일부 여성의 경우 호르몬 때문이 아니라 단지 붉은 피를 본다는 사실(생리) 자체가 성욕을 일으킬 수도 있다. 생리 중에는 임신 가능성이 약간 더 낮기 때문에, 일부 여성들에게는 생리가 심리적으로 더 강한 성욕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생리 중 성관계에는 다른 장점도 있다. 생리혈이 윤활제 역할을 해 성기 삽입 시 고통을 덜어주고 오르가슴 도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어떤 여성들은 생리 중 성관계를 역겨운 것으로 여겨 성욕이 더 낮아지거나, 자신의 성기가 섹스토이로 이용되는 듯한 고통스러운 느낌 때문에 성욕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반응은 전혀 놀라운 게 아니다. 모든 여성은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으로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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