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누드 사진 1세대인 계명대 이재길(65) 교수가 정년을 맞아 오는 25일부터 내달 4일까지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극재미술관에서 정년 회고전을 연다.
이 교수는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누드사진계를 일군 개척자였다. 일찍이 광고사진계의 거물이던 그는 1970년대 말부터 상업사진의 영역이 아닌 작가주의적 작품을 담는데 심취했다. 1985년 패션누드 사진집 《Woman&man》을 펴낸 데 이어 서울 일본문화센터에서 ‘빛과 여인들’ 이라는 주제로 첫 누드사진전을 가졌다.
보수적이던 국내 언론과 사진계에서는 이 교수의 작품 앞에 눈을 감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반응이 달랐다. 한국 여인들의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에로티시즘을 표현한 《환(幻)》 , 《몽(夢)》시리즈가 연이어 히트했고, 미국, 대만 등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졌다. 이 교수는 국내외에서 35회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강호의 대가로 자리 잡았다. 해외에서 뜨거운 호응을 보이자 국내에서도 서서히 반응이 나타났음은 물론이다.
이 교수의 누드사진은 국내 처음으로 예술작품 저작권, 초상권에 관한 법적 효력의 효시가 되기도 했다. 1988년 국내의 모 잡지사는 일본에서 발간한 이 교수의 작품을 입수해 포르노성 기획이라고 매도하고 주요 부분을 임의로 확대해 출판했다. 이 교수는 저작권 침해와 명예훼손을 주장했고, 잡지사는 공표된 저작물의 시사보도라고 맞섰다. 이 소송은 한승헌 전 감사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차례로 이 교수의 변호를 맡고, 이회창 전 총리가 대법원 판결을 내렸다. 여기서 승소하자 사진 비평계에서 이 교수의 작품을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SVA)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1999년 계명대 사진미디어전공 교수로 임명된 이후에도 후학을 양성하면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다. 또 2001년 세계 유교문화축제 전시 영상자문위원, 문화관광부 한복 CI 영상물 제작 자문위원, 2002년 한국광고대회 유공 광고인 국무총리 포상, 2005년 경주세계엑스포 자문위원 등을 맡았다.
전시회 첫날인 25일에는 작품집 출간 기념회가 열린다. 그의 회고 작품집에는 사진가로서 현장의 숨결이 담겨있는 작품과 교육자로서 20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담겨있다. 전시회는 50년여 년의 작품 활동을 되돌아보는 대표작을 포함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 등 120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며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주말에는 휴관한다. 이 교수는 전시회가 끝나면 모든 작품을 계명대에 기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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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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