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보며 일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받고 소통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에 능숙한 여성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여성 호르몬이 이런 멀티태스킹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스위스 발그리스트대학교 연구결과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것은 여성 호르몬 때문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폐경 전 여성들이 멀티태스킹에 능하지만, 폐경 후에는 그 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발그리스트대 연구팀은 자원봉사로 실험에 참여한 83명에게 트레드밀에서 걷도록 한 뒤 두뇌의 왼쪽 부위와 관련 있는 까다로운 언어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남성과 갱년기 여성의 경우, 균형 유지에 도움이 되는 ‘오른팔을 흔들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폐경기 이전의 젊은 여성들은 ‘오른팔을 흔들 수 있는 능력’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은 뇌에 작용하는 여성 호르몬이 멀티태스킹 능력의 바탕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이 호르몬이 말년에 없어지면 여성들도 남성들만큼이나 멀티태스킹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발그리스트대학병원 팀 밀린(박사과정)은 “두뇌의 왼쪽 반구가 ‘언어 작업’과 신체의 ‘오른쪽 팔을 흔드는 동작의 통제 작업’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남성과 노인 여성의 경우 언어 작업이 오른쪽 팔의 움직임이 감소하는 수준까지 왼쪽 뇌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비교적 간단한 두 가지의 행동, 즉 인지 조절과 팔 흔들기의 상호 작용 방식에서 성별 차이가 난다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밝혔다.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작업을 전환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성들은 걷을 때와 말할 때 간섭을 덜 받는 등 능력이 더 우수하며, 이 능력은 60세 이후 뚜렷이 소멸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운전하면서 말하기, 걸으면서 문자메시지 보내기 등 멀티태스킹의 다른 사례에 일반화할 수 있는지는 현재로써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영국왕립협회 ‘개방과학’ 저널(The journal 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발표됐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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