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눈물이 어떻게 남성들의 성욕을 꺾을까. 남성들은 “이번 밸런타인데이에 사랑하고 싶다면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흘리지 말라”고 경고할 수도 있다. 여성의 눈물이 남성의 성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미러’는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연구 결과, 여성의 눈물에는 남성의 성욕을 줄이는 ‘화학적 신호’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와이즈만 연구소 노엄 소벨 교수는 “여성의 눈물이 남성에게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있는 증거가 많다”고 밝혔다.
소벨 교수는 BBC 월드서비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눈물로 자극받은 ‘화학적 신호’는 성욕과 관련된 두뇌활동 및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슬픈 영화를 보면서 우는 여성 자원봉사자들의 눈물을 모아 실험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남성 자원봉사자들의 코 밑에 눈물이나 소금물을 놓아두고 여성들의 얼굴 이미지를 보게 했다. 남성들에게는 코 밑에 눈물이 있는지 소금물이 있는지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남성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소금물로 바꿨다. 눈물 냄새를 싹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와이즈만 연구소에 의하면 눈물 냄새를 맡은 남성들은 여성들에게서 성적 매력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남성들이 눈물 냄새를 맡은 뒤에는 침 속의 테스토스테론(성적 흥분과 관련된 호르몬) 수치가 평균 13%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금물 냄새를 맡을 경우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은 눈물 냄새를 맡은 뒤 피부·체온·심박수·호흡 등으로 측정한 남성의 생리적 상태도 나빠졌다고 밝혔다. 또 핵자기공명영상(MRI) 두뇌 스캔 결과는 뇌의 성욕 관련 영역의 활동도 줄어들었음을 보여줬다.
남성 자원봉사자들은 색깔과 농도 등이 같기 때문에 눈물과 소금물을 구별할 수 없었다. 소벨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인간의 ‘화학적 신호’가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강화해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결정적이지 않다. 일부는 지지하고, 일부는 의문을 제기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건전한 방법론을 사용했고 결과도 매력적이지만, 눈물이 성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설계하는 데서 명확한 논리적·이론적·경험적 정당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눈물이 성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진화론적 관점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왔다. 간단히 말하면, 여성의 울음은 남성의 동정심 및 돌봐주고 싶은 감정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대 로버트 프로바인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울음이 상대방의 공격을 줄일 수 있다는 종전의 연구결과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테스토스테론이 적개심·분노와 관련이 있고, 눈물은 이런 감정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눈물이 성욕까지 약화시킨다는 데 있다.
김영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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